우리사진학원 - 중앙대 사진학과 희재의 사진입시 이야기


중앙대 사진학과 희재의 입시를 마치고...
 

사진을 시작하기로 생각했던 건 고2 여름방학 때 였습니다. 원래 길을 오가면서 스냅 샷 같은 사진들을 찍기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좀 더 확실하게
마음을 굳혔던 건 2년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었던 카쉬 (Karsh) 사진전을 본 이후였어요. 그 때는 그저 홍보용으로 걸려있던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보고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전시회라 길래 호기심에 전시장으로 들어갔었죠. 그런데 아무생각 없이 들어갔던 전시회의 사진에서 나는 뭔가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사진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었습니다. 카쉬사진전을 보기 전까지는 사진은 그저 예쁜 이미지 혹은 기록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카쉬의 사진들은 그런 생각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죠. 처음 상담하러 갔을 때 처음에 원장님은
우리선배들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셨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와..나도 사진을 하게 되면 저만큼만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었어요. 원장님께서 나의 그런생각을 아셨는지 '너도 이만큼 찍을 수 있다' 라는 얘기들과 사진의 길에 대한 미래, 비전 등에 대해서 들려 주셨었고, 그 상담을 통해서 뭔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포트폴리오 이야기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중앙대 사진학과 포트폴리오인 ‘낯선 숲’은 6개월 정도 숲을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색다르게 찍는 것이었습니다. 주제
자체도 '낯선' 이라서 보통 우리가 보는 숲과 다르게 찍어야했는데 숲이라는 게 비슷비슷한 나무들끼리 모여 있는 곳이라서 그 안에서 매번 다르게
찍는 것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여러 장소에서 촬영도 하고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신 작가 사진을 보고 플레어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스트로보를 사용해서 블러를 사용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수능이 끝난 후에 제주도에 가게 되었습니다. 소형, 중형 필카, 디카, 삼각대 등 짐은 많아서 무거웠지만 잘 나올 사진을 기대하며 렌즈도 바꿔가며 촬영하고 필터도 써보고 브라케팅도 꼬박꼬박 했죠. 1박2일 동안 추천 받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중형 필름 14롤 정도와 마음 편하게 찍었던 소형 3롤 정도를 가지고 돌아왔어요. 나름대로 뿌듯해 했던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습니다. 현상 한 중형 필름들의 네거가 거의 대부분 투명했던 것이예요. 알고 보니 노출을 잰 디카와 중형의 감도가 달랐었어요. 그 당시 콘탁스 중형카메라를 들고
갔었는데 노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카로 노출을 쟀던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소형은 카메라 노출계를 보면서 찍었기 때문에 제대로 나왔다는 것이었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소형은 카메라 노출계를 보고 찍고, 중형은 못 믿겠다며 디카로 노출을 쟀는지 모르겠어요. 우여곡절끝에 제주도 촬영에서 정상적으로 촬영되었던 소형 필름들과 그 동안 찍어 놓았던 사진 중에 잘 살펴보지 못한 좋은 사진들을 찾아내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그 사진들이 또 다시 색다른 주제의 포트폴리오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촬영을 많이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진공부 이야기

사진에 대해서 깊게 알게 되고 좀 더 폭넓게 알게 된 때가 수능이후 사진학과 입시 총정리 기간이었습니다. 역사와 작가수업은 수업내용 자체가 흥미를 끌기 쉬운 것들이었고, 그러다보니 저는 사진이론보다 역사와 작가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사진이론 공부에 소홀해졌었지만 그래도 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사진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회화와 사진의 관계, 또 자연스럽게 역사와 작가를 연관시켜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전에는 한 작가에 대해 그 사람의 사진 기술, 혹은 스타일만을 알아왔었는데 입시 기간의 역사수업에서는 작가의 생애, 업적,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알게 되었고 이것들은 작가 한명 한명을 보다 깊게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 후에 중앙대 면접에서 나의 포트폴리오와 연관시키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었고 작가에 대한 제 의견을 주장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토론 혹은 발표 수업도 기억에 많이 남는 수업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원래 낯가림이 좀 심하고 남들에게 주목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렸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발표 하는 것을 싫어했었어요. 그래서 사진학과 교수님들과의 면접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어요. 중앙대 사진학과 면접은 교수님과 일대일로 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만큼 발표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발표 수업을 하면서 많이 사라졌죠. 발표 수업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나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그것을 촬영해서 내가 내 모습을 직접 보고 내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내가 내 발표 모습을 본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막막했던 수업이었는데 한 두 번씩 발표하고 촬영된 모습을 보고 하니 그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갔습니다. 이 수업 덕분에 말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면접 때에도 긴장 하지 않고 할 말을 하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면접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실제 면접처럼 했던 오랄 테스트였어요. 실제 면접장에서 하는 것과 같이 선생님들과 일대일로 오랄 테스트며 심층 면접을 보았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면접이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었죠. 그런데 테스트를 하고 나니 '아..내가 진짜 면접을 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긴장이 되었어요 친구들하고 서로 질문해 주었던 것보다 더 긴장 되고 실제 같았던 기분이   들었던 것은 물론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사진학과 실기고사 시험장 분위기가 어떻고 교수님들이 어떤 식으로 질문하시고 말씀하시는지 겪어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

 

입시 때 했던 여러 가지 공부들도 좋았지만 특히나 더 기억에 남고 입시기간이 좋았던 것은 친구들과 3개월 정도를 매일같이 붙어서 보내며 지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진학과 입시기간 전에는 서로 그저 얼굴만 알고 있었을 뿐 거의 반 애들과만 친하게 지냈었지만, 입시 시작 전에 워크샵도 다녀오고 얼굴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봐야하는 상황이었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거예요. 점심, 저녁을 다 같이 먹고 사진을 하는 사람들밖에 웃을 수 없는 사진개그도 하며 웃고,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가 경쟁 상대인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런 건 별로 개의치 않고 입시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대학에 가서도 연락이 계속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가능할까.. 싶었지만 자주는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고 다들 입시 때가 재밌었다며 얘기를 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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